오늘부터 와인 공부 / / 2021. 1. 19. 14:38

02.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잔 :: 슈피겔라우 vs 쇼트즈위젤

지난 포스팅에서는 와인을 마실 때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와인의 역사와 여러 가지 궁금증들에 대해 공부를 했으니 오늘은 그 지루함을 좀 덜어내고자 와인을 처음 마실 때 정말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 와인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초보자를 위한 와인잔

 

1. 와인과 와인잔의 상관관계

1.1 와인의 맛은 와인잔에 따라 달라질까?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와인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냥 이것저것 즐기는 수준이어서 좋은 와인잔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엔 제대로 와인에 대해 알아가며 즐겨보자는 마음이 든 후로 와인을 즐기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와인의 맛은 와인잔에 따라 달라질까'에 대한 답은 '매우 그렇다'이다. 이건 내 경험에 의한 것이고 또 잔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가 너무 커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럼, 우선 내가 전에 사용하던 와인잔의 모양을 한 번 보자. 

 

아마도 어떤 인테리어 편집샵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온 화이트 와인잔인데 자세히 보면 유리의 색상이 탁하고 잔이 두꺼워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저렴한 와인잔들의 특징은 와인을 담는 보올(Bowl), 손으로 잡는 부분인 가느다란 스템(Stem), 와인잔을 받쳐주는 베이스(Base) 이렇게 세 부분을 각각 대량 생산한 다음 마지막에 용접을 하듯 접합해서 생산해서 각 부분의 접합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바로 집에 있는 와인잔을 한 번 확인해보자. 이렇게 눈으로 접합선이 보이고 묵직한 기분이 든다면 저렴한 와인잔이 분명할 것이다. 

 

 

 

1.2 그러면, 조금 더 비싼 와인잔은 어떻게 다를까? 

조금 더 가격이 비싼 와인잔은 와인의 이 세 가지 부분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생산하기 때문에 각 부분의 접합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더 가볍고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얼마 전 새로 사용하기 시작한 슈피겔라우와 쇼트즈위젤의 와인잔을 한 번 보자.

 

물론 이건 보르도 와인잔이고 사진상이긴 하지만 확실히 더 얇고 날렵해 보인다. 손으로 잡았을 때 스템이 얇아 느낌이 좋고 가벼워서 잔을 돌리기에도 좋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저렴한 와인잔은 와인잔을 부딪힐 때 탁하고 맥이 빠지는 '틱'하는 소리를 내지만 조금 더 비싼 와인잔은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청명한 소리를 내며 공명을 한다는 것. 이런 작은 차이점이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두 가지 잔을 한 번에 놓고 그 차이를 비교해 보면 와인을 기분 좋게 즐기는 데 결국엔 큰 차이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 그렇다면, 와인의 맛과 향은 어떻게 다를까? 

이 부분은 분명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내가 느낀 차이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일단 얇고 좋은 잔에 따른 와인은 같은 와인이라도 향이 확연히 달라진다. 저렴한 와인잔에 담긴 와인은 처음 오픈해 따르면 알코올의 향이 강하게 올라오게 되는데, 좋은 와인잔에 담긴 와인은 풍성한 와인의 향이 먼저 코에 와 닫는 느낌이다. 

 

왜 그런지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향에 대한 느낌이 맛에까지 이어져 같은 와인인데 분명 맛이 달라진다. 좋은 와인잔이 확실히 와인의 다양한 맛을 잘 잡아주고 알코올처럼 화학적인 맛을 확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이건 정말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우니 궁금하다면 종이컵, 일반 머그컵, 저렴이 와인잔, 좋은 와인잔 이렇게 네 가지를 준비해 각각 향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2. 초보자를 위한 와인잔 추천 

얼마 전 내가 처음 사용하게 된 와인잔은 슈피겔라우의 와인잔이었다. 사실 직접 구입한 건 아니었고 동네 와인가게에서 와인을 구입하면서 행사로 증정받은 것이었다. 선물로 준다니 아무 생각 없이 받아왔는데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줄은 미처 몰랐다. 

 

비싼 라인도 아니고 가장 싼 기본 라인이었는데도 나는 그 잔에 와인을 마신 후 와인잔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교를 위해 쇼트즈위젤의 와인잔을 구입하게 된다. 

 

이 두 와인잔 브랜드가 내가 검색해 봤을 때 와인을 처음 즐기기 시작한 초보자들에게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하게 접근이 가능하고, 1만 원대의 저렴한 기본 라인부터 시작할 수 있어 가격적으로도 과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직접 써보고 느껴본 두 와인잔의 미묘한 차이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2. 1 슈피겔라우(SPIEGELAU)

16세기부터 유럽 왕실에서 거울이 인기를 끌면서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유리 거울과 구슬, 장식용 병을 제조하던 공장이 와인잔을 생산하는 현재의 슈피겔라우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브랜드명인 슈피겔라우는 바이에른 지역의 지명이기도 하고 슈피겔(Spiegel)은 독일어로 '거울'을 뜻하기도 한다.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닌 대량 생산된 머신 메이드 크리스털 글라스로 식기세척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함을 자랑한다. 

 

2. 2 쇼트즈위젤(SCHOTT ZWIESEL)

1872년부터 와인잔을 생산해 온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브랜드로 세계 미식가협회 공식 와인글라스라고 한다. 

 

이쯤에서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와인잔 브랜드가 독일 바이에른에 위치했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슈피겔라우의 역사에서 보면 중세부터 유럽 왕실에 거울을 납품하는 기업들이 바이에른 지방 쪽에 몰려 있어서 그 전통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쇼트즈위젤의 한 가지 특징은 기존의 와인잔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납성분을 배제하고 인조 다이아몬드와 티타늄을 배합한 신기술로 다이아몬드 크리스털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하여 생산한다고 한다. (나도 이 부분 때문에 아무래도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전 세계 특급호텔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3 미묘한 차이점 

내가 구입한 두 가지 와인잔 모두 브랜드의 기본 보르도 라인이다. 크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슈피겔라우가 좀 더 보울 부분이 둥글고 입구가 넓은 편이고, 쇼트즈위젤이 보울 부분이 좀 더 각이 져 있고 입구가 슈피겔라우에 비해 좁은 편이다. 

 

이러한 디테일이 와인의 향에 미세하게 영향을 미쳤는데 슈피겔라우의 경우, 와인 본연의 향이 좀 더 빨리 입구 쪽으로 전달되어 처음 마실 때부터 잔에 코를 가까이 대면 풍성한 향이 확 퍼지는 편이었다. 그에 비해 쇼트즈위젤의 경우, 좀 더 시간을 두고 향이 올라오는 느낌이었고 대신, 슈피겔라우보다 좀 더 오래 향이 지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슈피겔라우가, 와인을 담아두고 천천히 즐길 때에는 쇼트즈위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잔을 부딪혔을 때의 소리가 쇼트즈위젤이 더 청명한 고음이 나고 슈피겔라우가 더 둔탁한 소리가 난다. 세척을 했을 때에도 쇼트즈위젤이 더 물기가 빨리 말랐고 슈피겔라우가 더 마르는 데 오래 걸렸다. 아마도 위의 두 차이는 소재의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두 브랜드 모두 대중적이고 유명한 브랜드이므로 초보자라면 둘 중 아무 잔이나 사용해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속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쇼트즈위젤 쪽으로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부분이 건강상으로도 좋을 것 같고, 와인을 좀 천천히 즐기는 편이라서 향이나 맛이 천천히 열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와인잔에 대해 궁금한 점들

Q: 초보자는 어떤 와인잔을 구비해야 할까?

A: 역시 고민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장비만 잔뜩 구입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 레드 와인잔 하나, 화이트 와인잔 하나, 일단 이렇게만 구비하고 와인을 마시면 좋을 것 같다. 

 

레드 와인잔 중에는 보르도 와인잔을 사면 웬만한 레드 와인은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하니 와인을 처음 즐기기 시작했다면 보르도 와인잔으로 하나를 구입 후, 천천히 와인을 알아가며 브루고뉴 잔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향이 빨리 깨어나고 온도가 상승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드 와인잔에 비해 입구도 좁고 보울의 길이가 짧은 편이니 따로 하나 구입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샴페인을 특히 좋아하거나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따로 구입하는 것도 좋겠지만 특별히 샴페인을 즐기지 않는다면 화이트 와인잔으로도 충분할 듯하다. 

 

Q: 와인잔은 왜 돌리는 걸까? 

A: 와인을 즐기지 않았을 때 들었던 의문 중 하나. 영화나 TV에서 보면 왜 그렇게 와인잔을 돌리는 걸까? 

이렇게 와인잔을 돌리는 행위를 스월링(Swirling)이라고 하는데, 바로 오픈한 와인은 아직 공기와 접촉하지 않아 산화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와인잔을 돌려주어 특유의 향이 올라오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다. 이때 공기와 접촉해 올라오는 와인의 향을 부케(Bouquet)이라고 한다. 

 

Q: 와인잔은 어떻게 세척해야 할까?

A: 마지막으로 슈피겔라우 잔을 사용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와인잔은 절대 중성세제나 수세미로 닦으면 안 된다는 사실. 

 

중성세제를 사용하면 세제의 성분이 와인잔에 남아 와인의 맛을 버릴 수가 있고, 강한 수세미를 사용하면 와인잔의 표면이 긁히게 되고 경우에 따라 납성분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꼭 주의하자. 와인잔을 닦을 때는 따뜻한 물을 이용해 부드러운 스펀지나 손으로 문질러 닦아 주어야 한다. 

 

물로 세척을 마친 와인잔은 부드럽고 깨끗한 천 위에 뒤집어 놓고 자연건조를 시키고 마지막으로 역시 부드러운 천을 이용해 닦아주면 된다. 이제 이렇게 해서 와인잔에 대해서는 거의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럼, 다음 포스팅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탐험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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